카르넷아카이브의 첫번째 전시 '조각이 된 조각가' 인터뷰

인터뷰: 카르넷아카이브의 첫 번째 전시 '조각이 된 조각가'

디자이너 김하린과 공영대를 만나 컬렉션의 시작점과 작업노트의 마지막 장에 대하여 물었다. 

[카르넷아카이브](https://i-d.vice.com/kr/article/5dg8y8/emerging-korean-fashion-designers)는 김하린과 공영대의 기록이다. 브랜드로 정체성이 확립되기 전, 두 디자이너는 작업실이자 집이었던 공간에서 자신들의 생각을 공유하며 시간을 보냈다. 4년에 걸쳐 작업에 몰두했던 이들은 결국 공통점을 발견하게 된다. &#x2018;실험성에 대한 갈망과 완성도에 대한 집요함&#x2019;. 이 체계적이고 변태적인 특징은 곧 조각가에게 투영되어 두 디자이너의 졸업 컬렉션에 드러나게 된다.

현재 한남동에서 진행 중인 전시 [&#x2018;조각이 된 조각가&#x2019;](https://www.instagram.com/carnetarchive/)는 조각에 몰두한 나머지 자신의 조각품과 자신을 구분하지 못하고 결국 조각이 된 조각가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아카이브로 가득 찬 조각가의 방과 카르넷아카이브의 특징들이 확대된 아트월, 조각가에 몰입될 수 있는 플라스터 퍼포먼스 오브젝트 등. 기록의 차원으로 새로운 언어를 선택한 김하린과 공영대를 만나 컬렉션의 시작점과 작업노트의 마지막 장에 대하여 물었다.

**&#x2018;조각이 된 조각가&#x2019;는 졸업 컬렉션에서부터 지금까지 카르넷아카이브의 전신을 표현하는 단어입니다. 둘의 공통점인 &#x2018;실험성에 대한 갈망과 완성도에 대한 집요함&#x2019;이 어떻게 조각가에까지 이르게 되었나요?**  
보편적인 패션 디자인 프로세스와 우리 브랜드는 차별적인 지점이 있다. 우리는 옷을 만드는 디자이너 이자, 원단이라는 재료를 이용하여 내면화면 체험과 상상을 조각하는 조각가라고 스스로 생각한다.

패션에 관련된 레퍼런스와 트렌드에 대한 분석을 기반으로 컨셉을 올리는 일반적인 디자인 방식과 달리, 우리는 작가주의적 방식에서 디자인을 시작한다. 보다 내면적이고 개인적인 환상을 구현하기 위해 표현을 위한 도구와 재료를 경계 없이 넓게 찾는다. 옷이라는 카테고리에 구애받지 않고, 형태, 구조, 표면의 오브제로서 일차적으로 콘셉트를 구현한다. 예를 들어, 플라스터, 라텍스, 철물, 천막, 녹, 폼, 등과 같이 옷과는 이질적인 재료로써 표현에 중점을 두고 오브제를 실험하는 것이다. 이러한 과정에서 구조 색감 질감 분위기 등에 대한 깊이 있는 조화를 발견하게 된다. 이후 앞에서 실험되는 과정을 옷으로써 실제화한다. 구조와 형태는 패턴 적인 실험을 통해 실제화하고, 색감과 표면은 원단의 믹스메치, 프린팅, 머니퓰레이터, 염색 기법 등을 통해 구현한다. 최종적으로, 이러한 비정형화된 실험들이 상업적인 제품으로서 완성이 되도록 다듬고 조율한다.

앞서 설명한 우리의 디자인 프로세스는, 옷을 완성해 나가는 과정에 대한 우리의 태도를 보여준다고 생각한다. 상충하는 단어인 실험성과 완성도는 깊이 과정에 들어갈수록 더 많은 충돌을 일으키고, 모순들과 현실적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들을 낳는다. 우리는 이러한 것을 해결하고자 하는 충동을 가지고 있다. 이 충동은 우리가 이질성을 하나로 선보이게 하는 에너지이지 않을까 생각한다.

**전시 공간 중 천으로 만들어진 벽이 있습니다. 마치 카르넷아카이브의 특징들이 확대된 것처럼 보였는데, 거대한 벽이 의미하는 바는 무엇인가요?  
**상상하는 구조, 형태, 질감 등을 모두 옷으로써 표현하는 데에는 분명 한계가 있다. 아트월은 인체 공학적인 비례, 뼈대, 근육, 인대 등에 대한 리서치, 갑각류의 구조에 대한 실험, 내부 구조를 투사하기 위해 투명 반투명 원단을 사용한다거나, 다층의 레이어로서 해체하고 조립하는 카르넷의 특징적인 실험 결과를 옷이 아닌 텍스타일 아트의 형태로 보여준 작품이다. 거대한 벽의 형태로서 카르넷 옷의 구조와 디테일을 확대하고, 이를 통해 우리의 작업이 아트와 패션의 경계에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생각한다.

**조각가의 방으로 설정된 공간에 아카이브들은 어떤 의미를 갖고 있나요?**  
조각가의 방에는 우리의 초기 작업이 전시되었다. 상업성에 대한 생각보다 표현에 대해 더욱 집중하였던 시기다. 현재보다 러프하고 과감하게 작업 된 아카이브 피스라고 생각한다.

비닐로 쌓여있는 작은 큐브 방을 만들고 그 안에 염색과 가공, 질감과 색감에 대해 실험을 하였던 작품들을 전시하여 표면이 주는 깊이감에 몰입할 수 있는 공간을 구성하였다.

정면에 위치한 렉에 걸려 있는 누런색의 옷들은 원단 그 자체부터 제작한 우리의 졸업컬렉션 피스들이다. &#x2018;껍질&#x2019; 그 자체를 표현하기 위해 &#x2018;피부&#x2019;를 제작했다. 그리고 그 &#x2018;피부&#x2019;로 옷을 만들고 가면을 만들었다. 우리 브랜드 시작의 정신과 개념을 담고 있는 피스들은 우리가 방향성이 흐려질 때 돌아올 수 있는 중심이 되고 있다.

**2017년 작업을 처음 시작할 당시, 옷의 본질은 &#x2018;껍질&#x2019;이라는 은유를 바탕으로 작업을 이어왔습니다. 현시점에서 옷의 본질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요?  
**껍질은 내부를 보호한다. 물리적인 환경에서, 심리적인 측면에서 무엇을 감추기도, 방어하기도 한다. 우리의 껍질은 구조와 형태를 구축하고 그 내부에 개인을 보호한다. 강화된 인체의 형상, 단단한 갑각류의 구조 건축적인 미학 등이 현재까지 이어오는 우리의 관심사다. 현재는 이러한 껍질에 대한 컨셉을 스트릿 적이지만 럭셔리한 카테고리로서 풀어내고 있다. 초기의 작업에서는 껍질 그 자체에 대한 표현이 중점이었다면 현재는 껍질을 현대적인 카테고리로써 녹여 내고 있다. 이전에는 작품의 의미가 작가에서 청자에게 일방적으로 주어지는 방향이었다면, 현재는 작품이 경험되고 재해석되면서 다양한 의미를 지닐 수 있는 방향이 옳다고 생각한다. 우리가 생각하는 껍질의 은유, 보호 도구로서의 옷이 개인에게 서로 다른 본질과 의미를 지닐 수 있게 작업하고 있다.

**해체와 조립, 확대와 축소 등. 카르넷아카이브의 단어들은 충돌하고 이질적인 개념을 갖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브랜드를 표현할 단어들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x2018;EXPERIMENTAL LUXURY : 과감하지만 우아함을 잃지 않는 컬렉션&#x2019; 백색의 갤러리. 과감하게 파괴되고 해체된, 구조가 노출된 작품들이 섬세하게 사열 되어 큐레이팅 되어있다. 우리의 미학은 이러한 이원성에서 시작된다. 서로 달라보이는 요소들을 늘어놓고, 은유성을 연결하고 조화를 찾고, 분해하고 재조립한다. 이질적인 것들이 하나의 덩어리로 매끄럽게 연결되어있는 조화에서 우리는 아름다움을 찾는다. 실험성과 완성도를 깊게 탐구하고 그것들을 연결하고 조화롭게 만들기 위해서다. 이것이 다름을 만들 수 있는 정교함이라고 생각한다.

**전시 공간에서 함께 소개중인 2023 봄-여름 컬렉션에는 어떤 특징이 있나요?  
**이번 2023 봄-여름 컬렉션 &#x2018;A SCULPTED SCULPTOR&#x2019;는, 브랜드의 시작이었던 우리의 2017 졸업 컬렉션을 복기한 작업이다. 5년 동안의 발전된 실험의 영역들, 인체 카스팅 몰딩 기법, 갑각류의 구조에 대한 탐구, 내부 구조를 투사하는 원단 사용과 레이어링 기법들을 스트릿 적인 언어로 풀어 보았다.

플라스터, 대리석, 금속의 색감을 베이스로, 조각해 놓은 듯한 건축적 구조 감이 실루엣으로 드러나도록 작업했다. 몸의 움직임에 섬세한 현대 무용가의 일상의 복장을 카테고리로 하여, 실험된 기법들을 적용했다. 2017년 컬렉션 조각이 된 조각가에게서는, 인물이 자신을 조각하여 마지막 작품이 되며 굳어버렸다면, 이번 시즌에는 갤러리에 전시되어있던 조각상이 해체되고, 분해되어 다시 움직이기 시작하며 춤을 추는 것을 표현했다.

**카르넷아카이브(작업노트아카이브)의 마지막 페이지는 어떤 내용을 담고 있을까요?  
**서로 달라 보이기는 자유로운 주제들이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하나의 공간을 구성하고, 다채로운 주제로 이루어진 카 르넷들이 보관되어있는 아카이브를 상상한다. 행복한 상상을 해보자면, 먼 훗날 피지컬 아카이브를 만드는 꿈을 꾼다. 오랜 시간의 기록 그 자체가 가장 의미 있는 마지막 작업이 되지 않을까 싶다. 마지막 카르넷은 &#x2018;목 차&#x2019;의 페이지가 되었으면 한다.

_카르넷아카이브의 &#x2018;조각이 된 조각가&#x2019;는 오는 9월 4일까지 [마더 오프라인](https://www.instagram.com/mother.offline/) 2층에서 진행됩니다._